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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수업 1교시 “길찾기 로봇 만들어볼까요”

언론보도 전체
2019-06-26

코딩교육 메카 ‘디랩’ 판교캠퍼스
공식 없이 학생들 스스로 연구
3D 프린터 등 활용해 직접 제작
가상반려견·국회감시앱 만들어


4일 경기도 성남시 운중로에 위치한 디랩(D-Lab) 판교캠퍼스. 디랩은 판교 최대 규모의 코딩 학원이다. 약 330㎡(100평) 규모에 9개의 교실과, 1개의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ㆍ제작실)을 갖췄다.

판교 최대 코딩학원 디랩 판교캠퍼스 사무실에서 강사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곳에서 로보틱스(Robotics) 수업을 듣고 있던 김정호(13) 군은 ‘코딩이 왜 좋냐’는 질문에 “코딩하는 사람은 생각한 건 모두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교실 뒷 편에는 3D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갖가지 모양 등의 드론 등이 가득했다. 로보틱스는 로봇(HW)에 학생들이 직접 코딩한 소프트웨어(SW)를 넣어 이를 움직이도록 하는 수업이다. 학생 스스로 연구하는 수업인 만큼 이곳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연구원’이라 불렀다. 이날 수업을 맡은 김기석 강사 역시 아이들에게 “연구원님들, 오늘은 길 찾기 로봇을 만들 거다. 공식은 없다”라며 독려했다.

판교 최대 코딩학원 디랩 판교캠퍼스 의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강사와 학생들이 길찾기 로봇을 시연해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코딩 교육은 크게 ▶입시 코딩 ▶교육 코딩 ▶창의 코딩의 세 가지로 나뉜다. 올림피아드 입상이나 특기자 전형 등 대학 진학 등 입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게 입시 코딩, 코딩을 통해 사고ㆍ논리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 건 교육 코딩이다. 창의 코딩은 코딩을 매개로 학생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조의 경험을 쌓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모토로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등에서 삐삐와 핸드폰, 스마트폰 등을 개발했던 엔지니어 출신인 송영광(45) 대표가 삼성전자 퇴사 후 2014년 세운 디랩은 이 중 ‘창의 코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에게 코딩을 가르치던 일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디랩이란 명칭 자체가 ‘아빠의 연구소(Daddy‘s Lab)’란 의미를 담고 있다.

알파고 이후 폭발성장한 코딩학원
디랩을 비롯한 코딩 학원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2016년 3월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대국이 펼쳐지고 난 다음의 일이다. 현재 서울에만 100여 곳 이상의 코딩 학원이 성업 중인 것으로 업계는 본다. 디랩은 판교뿐 아니라 서울 대치동과 대구 수성구 등 모두 6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이중 판교 캠퍼스가 가장 크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300여 명이 이곳에 다닌다. 주 1~2회(회당 1시간 50분 수업)씩 수업을 하고, 수강료는 학기(3개월)당 66만원이다. 학생들이 몰리는 토요일에는 9개 교실과 메이커 스페이스 모두 가득 찬다. 학년과 실력 등에 따라 코딩 툴인 스크래치와 마이크로빗, 앱인벤터는 물론, ‘아두이노(전자제품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보드)’나 ‘유니티(게임 개발 등에 쓰이는 제작 엔진)’까지 배운다.

국회 감시앱에 여행 앱 직접 만드는 아이들
코딩 학원에 적응한 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세상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배워간다. 집에서 강아지를 못 키우게 하면, 코딩 툴인 스크래치로 손가락 인식 센서를 만들어 손을 움직이면 화면 속의 강아지를 쓰다듬고 씻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식이다.
뉴스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장면을 본 장진우 군은 중학교 1학년 때이던 2016년 ‘국회, 우리가 지켜본다’라는 앱을 만들었다. 정동윤(15)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여행 앱 ‘해피 트래블러스’를 만들어 지난해 삼성전자 주니어 소프트웨어(SW) 창작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최근엔 앱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디랩 수강생 장진우 군이 만든 국회, 우리가 지켜본다 앱의 스토리 보드(맨 왼쪽)와 앱 구동 화면. [사진 디랩]

아이들을 코딩 학원에 보내는 부모의 직업군도 다양해졌다. 과거엔 아빠가 IT업계에 재직 중이거나, 해외 유학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교육에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앞장 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실 해외에선 일찌감치 코딩교육을 해오고 있다. 1992년 공교육 과정에서 코딩을 가르치기 시작한 에스토니아가 대표적이다. 중국(2001년), 이스라엘(2011년), 인도(2013년), 핀란드(2016년) 등도 코딩 교육에 앞장선 나라들이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코딩 교육을 후원한다.

SW 교육 시행학교 중 절반엔 전문 교사도 없어
한국도 지난해부터 중학교ㆍ고등학교 SW 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 예로 국회 교육위원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SW 교육 개설 중학교 및 교원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중등 2학년 SW 교육 시행학교(2677곳) 중 1337곳(49.9%)에만 정보담당교사가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선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 이뤄진다.

디랩의 송영광 대표는 “SW 교육의 목적은 ‘모두를 개발자로 만들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결과물이 될 수 있는 과정을 알려주자’가 되어야 한다”며 “현재로썬 학교에서 10년이나 영어를 배웠는데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과거의 한국 영어교육처럼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코딩 교육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청소년 SW 교육 프로그램인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200여 개 학교의 방과후학교와 자유학기제를 통해 코딩 수업을 돕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코딩 교육=입시 교육’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SW 중심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고려대ㆍ성균관대ㆍ서강대ㆍ중앙대 등 30개에 이른다. 이들 대학엔 ‘SW 특기자 전형’이 있고, 이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토대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원에서 입시 중심의 코딩 교육이 이뤄지는 주요 이유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디랩에 보내고 있는 홍희숙(37) 씨는 "코딩을 배운 뒤로 아이가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어 만족한다"며 "하지만 코딩에 관심이 있다고 물어오는 다른 엄마들은 결국 대회와 스펙에만 관심이 있어 하는 걸 보면 여전히 코딩 교육은 입시용이나 스펙용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판교=이수기ㆍ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기사 전문 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492296#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