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잡월드 웹진 구독자 여러분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국 UC 버클리에서 물리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있는 김재원입니다. 물리학 전공으로 입학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코딩과 개발에도 관심이 생겨 컴퓨터 사이언스까지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이론과 실습을 둘 다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서 프로그래밍 실력을 키우는 프로젝트들과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이루는 수학적, 통계학적 배경을 동시에 공부합니다.
Q 전공으로 물리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선택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물리의 매력은 ‘세상의 이치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입니다. 물리를 많이 공부하다 보면 연필 떨어지는 것만 봐도 중력, 회전가속도, 유체역학 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세상이 물리로 보이는 점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물리를 공부하며 많은 사고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직관력, 창의력을 배울 수 있고 그만큼 통찰력이 생깁니다.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물리가 스며들어 있는데 일반인들은 그걸 잘 느끼지 못합니다.
컴퓨터 사이언스를 복수 전공하게 된 이유는 물리의 눈으로 본 것을 직접 구현하는 손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글로 세상을 바꾼다면,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비전을 프로그램·서비스 안에 구현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세르게이 브린이 그랬던 것처럼 제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Q 중·고등학생 시절 주요 관심사와 희망 진로는 무엇이었나요?
중학생 시절 저는 문과적 성향과 이과적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1 때 들었던 과학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고 특히 물리학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물리를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고 물리학자가 되어 중력자를 검증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코딩도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아두이노(Arduino,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디지털 장치를 만들 수 있는 오픈 소스 컴퓨팅 플랫폼)와 3D 프린팅을 이용한 여러 프로젝트들에 참여했고 코딩 학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후 소프트웨어 산업, 코딩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탐색하면서 개발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고등학교 재학 중 진행한 PM 2.5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PM 2.5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와 함께 진행했던 메이커 프로젝트입니다. ‘물질적인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메이커로서의 첫 기획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시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서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었는데, 화려한 외관과 불필요한 기능들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고가의 가전제품이라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간소하지만 충분한 기능과 성능을 가진 DIY 공기청정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PM 2.5는 입자의 크기가 2.5μm 이하인 초미세먼지를 말합니다. 미세먼지를 빈틈없이 잡아내는 놀라운 성능을 표현함과 동시에 하루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시간, 오후 2시 5분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사실 제품 구조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은 다른 DIY 공기청정기들을 참고삼아 설계하였고 구성품들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조립하도록 했습니다. 샤오미 사의 내부 필터와 데스크톱 컴퓨터에 사용되는 팬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뼈대는 MDF를 레이저 커팅한 모듈을, 패널은 아두이노를 사용해 제작했습니다.
제품을 제작할 때 몇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필터를 지지하는 프레임이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MDF라는 재료의 특성 때문이었는데 프레임의 각도를 조절하고 더 두껍게 만들어 해결하였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PM 2.5를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생겼습니다. 20~30개 정도 판매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100개가 넘게 팔린 것이죠. 수작업으로는 기한 내에 제작 및 배송이 불가했기 때문에 외주 제작 업체를 섭외하였고 그 결과 수익이 거의 나질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좀 아쉽네요.
두 번째 문제는 PM 2.5를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생겼습니다. 20~30개 정도 판매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100개가 넘게 팔린 것이죠. 수작업으로는 기한 내에 제작 및 배송이 불가했기 때문에 외주 제작 업체를 섭외하였고 그 결과 수익이 거의 나질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좀 아쉽네요.
Q PM 2.5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본격적으로 코딩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고등학교 수업 중 코딩 프로젝트에 정말 열심히 참여했는데요. 프로젝트를 하면 할수록 코딩 실력이 늘었습니다. 학교 수업으로 부족한 부분은 코딩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보충하고, 주 2회 정도는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미니 프로젝트들을 수행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코딩 역량을 키운 것, 하드웨어 제작 경험 등이 PM 2.5 프로젝트 완수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PM 2.5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은 ‘프로젝트는 내가 꿈꾸는 것 이상으로 커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으로서는 엄청난 성공이었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크라우드 펀딩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여러 채널을 통해 판매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이것이 제품임을 고려하여 원재료 절감, 인건비 절감 등을 감안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낳았을 것 같습니다.
Q UC 버클리에 재학 중이신데요.
대학 진학 시 메이커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
미국의 대학교 입학에는 자기소개서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학창 시절 어떤 공부와 활동을 했는지, 그때 내가 어떤 배움과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등을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메이커로서의 경험을 기술하면서 제 역량과 비전 등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Q 미국에서 경험한 메이커 문화가 있을까요?
제가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는 혁신의 중심지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고, UC 버클리와 스탠포드대학교도 있지요. 그러다 보니 메이커 문화가 매우 다채롭습니다. 교내에만 메이커 스페이스가 세 군데 정도 있고, 신청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거기서 3D 프린터로 핸드폰 거치대나 작은 모형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매년 메이커 페어라는 거대한 축제가 열립니다. 학생, 가족, 일반인 등 보통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무언가를 전시하고 소개하기 위해 참가합니다.
Q 메이커나 개발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학창 시절 많은 이들이 ‘허황된 꿈을 꾸지 말라’는 조언을 듣곤 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도 내가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꼭 기억하세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꾸는 꿈 이상으로 커질 수 없습니다. 꼭 꿈을 크게 꾸면 좋겠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에서는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나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기회가 많이 찾아옵니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나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